소묘(정해민)

글쓴이 : 해민정
등록일 : 2018-03-13
조회수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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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잡은 형태애 대한 관념을 없애고 관찰한 대로 그려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스케치할 때 이미 형성된 형태에 대한 관념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하게된디는 것은 실감합니다.

그런데  실제나 사진보고 그림을 그릴때 어두움은 더 어둡게, 밝음은 더 밝게 그려야 한다는 설명을 자주 듣게되고 실제로도 그렇게 그려야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관찰한 대로 그려야 한다고 누차 강조하는데도 실제 사실과 다르게 그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변내용]--------------------------------------------
안녕하세요? 정해민 입니다.  게시판에 질문이 거의 안 올라와서 질문하신 것을 늦게 확인 했습니다.^^;; 

 

상당히 깊이있는 질문 해 주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역시 깊이있게 대답하자면 상당한 지면을 활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사실적 그리기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실에 대한 사실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강의에서 보고 그리는 대상이 사진 입니다. 사진은 사실의 모든 단면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한 시점의 한 순간을 포착한 것 입니다. 이 사실의 단면을 극복하려고 했던 것에서 입체주의 화풍 등이 생겨나게 됩니다. 

요지는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대상이 아니라 상당히 설득력 있는 대상의 재현입니다. 그 재현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 지금 강의의 소묘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진 자체가 3차원(+시간)의 대상을 2차원으로 재현한 것 인데 이 때 사진이 3차원 처럼 느껴지는 것이 약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사진은 2차원 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진은 적절한 연출을 통해 3차원의 깊이를 강조하기도 하고 또는 다른 관점으로 2차원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사진은 사실을 반영한다는 인식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 합니다. 

 

즉 치밀한 관찰을 통해 엄밀한 사진의 톤을 그대로 형성했다고 할 때 사진 자체가 평면적이라면 사실적이지만 평면적일 수 있습니다. 그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접근방향이 평면적이지만 사실적인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말입니다. 

 

일례로 윤두서의 그림은 상당히 사실적입니다. 수염 한올 한올을 볼 수 있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음영이 없기 때문에 평면적입니다. 이는 동양화의 접근법이 서양화의 원근법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양화에서도 현대에 와서 극사실주의 그림에서는 사진의 톤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태도가 있었습니다. "그대로"의 객관성을 목표로 하지만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여 옮기는 것 이기 때문에 주관성이 배제될 수 없습니다만 강조나 생략 없이 그리기를 시도함으로 즉 주체성을 배제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 입니다.  이 때 평면처럼 보이는 사실감, 사실감있는 평면을 재현합니다. 이전의 환영주의(원근법)이 입체주의와는 다른 방식으로 극복되는 지점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찰한 대로 그리는 것은 대상이 사진이므로 그 사진 그대로 그렸을 때 사진의 평면성이 드러납니다. 이 때 원근법을 강조하면 (톤의 강조, 형태의 강조) 사진과는 다르지만 이미 사진도 실재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또 하나의 관점인 환영주의에 입각한 그리기가 되는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