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생님>.
앞서 보여드렸던 8p만화 대본 다시 써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소설처럼..이것저것 묘사를 넣어서 써봤는데요 ..어떤지 모르겠네요 ㅠ
그리고 한가지 의문이 들었는데..
수정 전 글에서는 분명 8p로 끝날 것 같았는데 수정하면서 자세한 묘사라던가 넣다보니
8p에 이걸 다 넣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컷이 막 늘어나는 것 같달까요;;
항상 전 이게 문제인 것 같아요 ㅠ 분명 스토리는 몇 p로 해야지..이랬는데 묘사를 이것저것 넣으면 원하는 페이지대로 넣지 못하고
확 늘어난달까요 ㅠㅠ..
아니면 컷을 한페이지에 촘촘하게 억지로 다 끼워넣어야 하는데 그러니까 답답해보이고..
그래서 처음에 쓴 8p대본은 최대한 간단하게 적어서 8p안에 끼워맞추려고 하다보니 묘사를 많이 뺐고
그 부분을 선생님께 지적받게 되었습니다..그런 사정이 있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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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양쌤입니다.
사실 이런것을 평소부터 해오지 않아서 생기는 일입니다.
눈 앞을 하얗게 가로막는 안개가 낀 산길을 올라 정상까지 올라간다라는 건 정말 쉽지 않은일입니다.
평소에 자주 올라가본 산길이라면 "이쯤엔 오른쪽으로 가야 맞는 길이야"라고 대략적인 유추를 할 수 있지만
처음 올라가는 산길이 험할지 쉬울지 알 수 있을까요?
몰라요.
모릅니다.
그래서 사람은 꾸준히 반복을 하며 실수를 반성하며 수정해 나아갑니다.
글을 쓰신게 이번이 거의 처음이신 듯한데 실수와 실패는 당연합니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처럼
실수는 발전하기 위한 발판이며
밑거름입니다.
글도 처음 이지만 이 글을 연출에 맞추어 컷으로 짜내고 콘티를 만들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간결하고 짜임새 있게 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만화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유이님이 목표로 하는 작가 혹은 그 이외에 연재를 하고 있는 작가들은
처음에 실수가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다만 지금처럼 잘 써내려 가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과 정성 그리고 시간을 들여 완성했고
계속해서 연재를 하며 원고를 만들고 작업하며 점차점차 실수에서 오는 경험을 토대로
꾸준히 그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푸념이나 낙담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계속해서 달려야 합니다.
분명 소설. 수필. 문학 등등 글자로만 독자에게 내가 상상하고 있는 상황을 전달해야하는 한정적 매체에선
글이 가진 모든 자원을 총 동원해서 되도록 간결하지만 풍부하게 이야기를 써야 독자가 이 를 읽고 작가와 같은 상상을 하며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합니다.
하지만 만화는 조금 다릅니다.
왜냐
그림이 뒷받침이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문장으로 장황하게 써내려간 상황 설명에 관한 것을 단 한 컷으로도 압축 할 수 있는
"시각적 정보"가 더 추가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만 쓰는 것보다 "시각"이 주는 정보가 있는 만화는 소설 수필 등등 보다도 좀 더 강점을 가지고 있으니
이를 잘 이용해야 합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설명을 드릴테니 이제부터 대충 읽어 내리지 마시고 꼼꼼하게 잘 읽고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본래의 만화의 작업 순서는
시높시스->시나리오->콘티->뎃생->펜터치->배경->톤->마무리->편집 순으로 이어집니다.
이 순서에서 한 가지 유이님의 방식은 순서가 꼬여 있는 점이 있습니다.
미리 페이지를 정해놓고 시작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왜 잘못되었는가
본래 "만화라면 정해진 페이지에 이야기를 넣는 것이 정석아닌가요?"
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맞는 말이자 올바르지 못한 말이기도 합니다.
올려주신 B와 A의 이야기는 여기서가 끝이 아닙니다.
B와A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이야기가 전부가 아닌 이 앞 과 이 뒤의 이야기도 있을겁니다.
사람의 삶과 같이 어느 한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연속되고 이어지는 "삶"에서 극히 내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일부분"만을
떼어내는 것입니다.
수천. 수만 장이 될지도 모르는 B와 A의 삶 중에서 B와 A가 마주하고 겪게되는 이야기를
정해진 페이지에 넣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습니다.
마치 이것은 물을 담는 물통과 같아서
1리터의 물통엔 얼마나 들어갈까요?
1리터 용량까지가 한계입니다.
이처럼 8페이지 라는 지면이 정해진 공간에 8페이지 최대의 한계점까지 눌러 담아도 담을 수가 없는 이야기라면?
잔가지 쳐내고 이마저도 페이지가 부족해서 중요한 것을 쳐내야 한다면?
독자에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해서 이야기가 꼬이거나
엉성해지거나 망하는 것 뿐입니다.
본래 유이님께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8페이지에 온전히 담기지 않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볼땐 유이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간단히 8페이지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듭니다.
비록 BL이라는 한정적이고 폐쇄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지만
BL이 무슨 장르 인가요.
직역하자면 남성들의 사랑 이야기 인데
사랑의 단어는 뭘 의미할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감정의 교환과 교차가 일어나며
항상 같이 있고 싶어하고 애절하고 감동적일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의미를 함축한 단어 입니다.
이런 단어 하나만 해도 독자들에게 B와 A가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서
서로의 감정이 묻어나고 점점 사랑으로 치달아 오르는 이 과정을
앞 뒤 똑 떼어 내어 그냥
"전 과장님이 좋습니다!"라고 하는 건
그냥 한 눈에 반해 결혼에 골인해버리는 이야기 처럼
수식도 없고 주제도 없는 그저 육체적인 쾌락만을 남겨 버리는
일전의 제가 얘기한 "야오이"만화라고 밖엔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의 유이님께서 고민하는 바를 제가 판단하고자 하면 일전의 인쇄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지나 왔던 질문의 내용을 보아선 어느 행사에 책을 출간하여 판매를 해보려 한다던가 혹은
그와 비슷한 형태의 목적을 가진 활동을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목적"에 너무 목메어 계시지 말고
이야기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어 이야기를 담아 낼 수 있는 적당한 페이지를 계산하여
이야기를 그려나가시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보내주신 시나리오 원고의 분량은 제가 판단하기에 원고 8페이지 분량엔 넣기엔 이야기의 함축이 너무 커서
내용 전달에 매우 큰 실수가 잦을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