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터링

글쓴이 : 몽환의광대
등록일 : 20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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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털 파카 입은 남자를 그려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느덧 2월의 마지막 새벽입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가네요. 그러나 유독 이번 달은 시간이 참 느리게 갔던 때이기도 합니다. ㅎㅎ 돌이켜보니 이렇군요.

 

이번 그림은 참 고민을 많이 하고 올립니다.

 

선 남자를 모작해 보았습니다. 신문지 광고면을 참고했습니다.

하지만 파카의 색깔이 어두운 남청색인데다가, 바탕이 어두운 갈색으로 되어 있어서 옷의 라인을 명확히 알 수 없었던 탓에 많은 부분을 '지면에 되어 있는대로'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대로' 그려 보았습니다.

 

골격을 세우고 살을 입히고 옷을 입히고 주름을 그려넣고 털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인체 연성이 서툰지라 허리와 다리 연결 부분이 어색합니다. ㅜㅜ 서 있는 자세를 표현하고 싶었지만, 지금 보니 다리를 조금 뒤로 뺀 형태로 그렸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다음에 한 번 더 그릴 때는 좀 더 만화 같은 표정과 만화 같은 캐릭터가 될 수 있게 그리고 싶어서 고민 끝에 오늘은 이 그림을 올려 봅니다.

 

허리는 에스자이지요. 요즘은 해부학도 같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해골을 연성하면서 문뜩 든 생각이 있습니다.

 

'너무 보이는 것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지, 하고 말입니다.

또는

원본에서는 지면에 잘려 보이지 않는 다리까지 그리느라 너무 지나치게 캐릭터를 연성한 것은 아닌지, 하고 말입니다.

 

캐릭터를 세울 때, 늘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허리를 그릴 때입니다.

둘째는, 허리뼈를 연성할 때 에스자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씀인고 하니, 옆모습이나 정자세일 때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옆모습에서 좌우로 몸을 비튼 모습을 그릴 때 더욱 문제가 심해집니다.

옛날에는 그날 막 그려서였던지, 그런 걸 몰랐었습니다. 옛날 그림을 보면... 허리뼈랍시고 그어놓은 선이 그냥 일자로 되어 있더군요. ... 그렇지만, 해골을 그려볼수록 마냥 일자선으로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갈비뼈의 모양도 모양이지만, 허리의 라인도 적잖이 신경 쓰이더라구요. 아직은 그 형태를 정확히 알 순 없어도 배운 건 써먹어 보자, 자꾸 보고 자꾸 그리면 늘게 되리라, 하는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식자우환이라는 말도 있지요. 허리뼈의 형태를 신경 쓸수록 전체적인 형태를 망치는 경우도 모작할 때 더러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지우고 다시 그리곤 하지요.

 

선생님께서는 캐릭터의 선 모습을 그릴 때, 등뼈 모양을 어떻게 설정하고 그리시나요?

 

캐릭터의 동세와 포즈를 설정하고 몸의 형태를 그리고 그 위에 옷과 질감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려왔습니다.

처음 보는 옷과 복잡해 보이는 동세와 많이 가려진 포즈도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리는 원칙은 똑같겠지요. 나머지는 원칙을 응용한 것일 테니까요.

 

원본이 된 광고면 역시 비싼 등산복 브랜드의 파카였습니다. 저는 처음 보는 것이었구요. 그래서 처음에는 구성을 알지 못해 무작정 따라 그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파카의 재질, 주름의 위치, 털의 형태, 캐릭터의 표정 등.. 차차 모를 때는 보면서 그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료는 그래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해부학도 마냥 어려운 것보다는 친숙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갈비뼈는 ... 여전히 어렵습니다. 복잡해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복잡한 형태를 간단한 것으로 치환하는 능력도 길러야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펜터치 참고서에서는 구, 기둥, 삼각형, 사각형 등 기초적인 도형으로 치환하여 형태를 잡으라고 했지만, 반은 알고 반은 아리송합니다. 사물에 대한 이해가 아직 일천하여 간단한 형태에서 세부적인 디테일로 넘어가는 방식에 대해서 해야 할 공부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그림을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