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선생님.
다른 질문들도 그랬지만, 오늘도 고민을 많이 하면서 질문을 하고자 들렀습니다. 혼자서 공부하는 통에 여쭤볼 분이 선생님밖에 계시질 않네요. 그래서 오늘도 질문이 한 가득입니다. 그래서 많이 생각하면서 질문을 올립니다.
첫 번째,
오늘 그림의 주인공은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모작한 그림인데, 모작을 허용한 원본이 수록된 책에서는 주인공이 이를 꽉 깨물고 있는 그런 표정입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표정이 '광분해서 소리지르면서 전투 도끼 휘두르는' 장면인데, 이를 앙다물고 있자니... 느낌이 안 살아서 하악을 내리고 이가 보이게 하면서 살짝 미친 소(???) 느낌이 나도록 제 입맛대로 변형하면서 그렸습니다.
그랬더니... 문제가... 밑그림에서부터 바로 발생하더군요. 머리 크기 결정하는 단계에서 하악을 원래 위치, 그러니까 입을 다문 상태에서 정수리와 턱 끝을 결정해서 잡을 건지, 아니면 입을 벌린 상태에서 입이 벌어진 공간만큼을 머리 크기로 잡을 건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입을 다문 상태에서 벌린 입만큼의 공간을 설정해서 하악을 아래로 내렸습니다만, 어느 것이 더 맞는 방법인지요?
위와 같은 설정으로 계산된 주인공이기에 일전에 가르쳐주신대로 '목표에 충실한 표현'을 하기 위해 일부러 눈동자도 안 그렸습니다. 그리니까 '광분하다'는 느낌이 안 살아서 있어야 할 눈동자도 과감히 지우고 그리질 않았습니다.
좀 더 상황을 설명드리기 위해 제가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의 몇 구절을 부가하겠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구상하던 때가 고1 때였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이런 애는 아니었는데 생각을 거듭하고 시행착오도 하고 설정도 갈아엎으면서 약간 미친 소 느낌이 좋아서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이 지내온 시간만큼 애착이 크지만, 이야기만 줄창 쓰다보니 예전에 설정이랍시고 그려뒀던 그림은 하나같이 인삐가 난무하고 대갈치기(...)만 되어 있는 그런 거여서 지금은 가급적이면 전신을 그리되 인체 비례를 정확하게 맞추고 그 위에 세세한 설정을 얹는 그런 방향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반대였었죠. 설정만 살아 있고 인삐도 그대로 살아 있는... 아주.. 그런 그림이 많았습니다. 지금보다 잘 그리게 되면 예전에 그렸던 것들을 인체 비례를 맞춰서 그려볼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시간을 많이 들여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의 개요를 어느 정도는 잡아 놓았습니다. 세부적인 곳을 손볼 차례입죠. 시나리오라고 부르기에는 뭣하지만, 나름 공들인 글을 세부적으로 다듬으면서 이제는 글에 서술된 이미지에 맞게끔 주인공을 구현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글과 시나리오는 말 장난 같지만, 적어도 제게 있어서는 시나리오라고 하면 잘 짜인 각본 같은 느낌이라면, 글이라고 했을 때는 좀 더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런 단어입니다. 이런 세세한 느낌 때문에 글이라고 하는 것이오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제 주인공은 다중인격...(아직 그릴 거 많습니다. ㅎㅎ)입니다. 냉정한 아버지의 가정 폭력과 망가져가는 어머니의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커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잘 유지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주인공이 그 과정 속에서 서서히 망가져가다가 종내는 완전히 망가졌고 그 속에서 주변 주조연들과 교류하는 방식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자가치유를 하면서 이야기가 끝나는.... 약간 사이코드라마(맞나요?? 용어가 확실히 있을 텐데, 생각이 잘 나질 않네요.)를 가미한 판타지 풍의 영웅물...(참... 거창하네요.)로 잡아 놓았습니다.
그 중에 나오는 보조 인격의 설정 중 하나입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폭력을 묵묵히 견디면서도 스스로도 광포하고 매사 분노하는 그런 인격입지요.(소를 하면서 떠올린 일반적인 이미지인 '우직하다'와 싸움소의 일반적인 느낌인 '호전적이다'에서 차용한 느낌을 섞어놓은 그런 주인공입니다.)
그런 의미를 주기 위해 색을 배색하는 방법을 공부하면서 참고한 책에 나온 정열을 표현하는 색보다 좀 더 어두운 색 느낌을 주기 위해 검은색을 섞어 명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칠해 보았습니다. 익숙하지 않다 보니 조금씩, 가끔 가다가는 많이 실수가 있겠지만,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계속 연습하려고 합니다.
상처도 자잘하게 그려보았구요. 사담이지만, 빛 바란 상처의 느낌을 주기 위해 살색으로 칠하니까 피부색에 묻어가는 느낌이 있어서 고민을 했더랍니다. 그러다가 제 손에 있는 화상 자국과 흉터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거듭한 끝에 약간 색을 올려서 핑크 빛이 감도는 빨간색을 칠하니까 아직 딱지가 앉지 않은 흉터 느낌이 나서 하나는 건진 느낌입니다. 완전히 얻어 걸린 셈이지요. 손가락 뼈 부러지고 손가락에 화상 입었을 때는 죽도록 아팠는데... 이렇게도 도움이 되네요. ㅎㅎ 이래서 제게 그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께서 '관찰, 관찰'하셨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색을 바르다가 느꼈던 거지만, 저는 어두운 보라색과 마젠타처럼 형광색 느낌 나는 색을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칠해 보니까 ... 어우 ... 눈이 너무 아파서 색을 이렇게 고쳤습니다.
기본 설정에 속하는 투우(미노타우로스)의 뿔과 볼따구의 까만 타투, 기본적인 소의 이미지에는 없는 육식동물 같은 긴 송곳니 같은 것들을 그려 놓았습니다. 사람의 송곳니보다 더 길게 해서 입을 다물었을 때, 송곳니가 입술 밖으로 삐져나오는 그런 느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기본 설정을 통일해서 같은 주인공인데 색상이라든지, 옷 모양이라든지 세세한 소품을 통해 성격을 부여하는 형식으로 잡아 놓았습니다. 앞으로도 글을 세세하게 다듬으면서 달라지기는 하겠습니다만, 이 느낌은 계속 갈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공부할 방법은 이런 설정을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게 여러 자료를 구비(이제는 모아놓은 돈으로 위시리스트를 비울 준비를 하겠습니다. ㅎㅎㅎ)해서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듭해서 계속 고쳐나가는 것이기에 앞으로도 칼라로 종종 찾아 뵙겠습니다. 인체 비례 공부도 계속 공부하면서 말이죠.
팔을 굽히니까 상박의 근육이 수축하면서 불룩해지고, 반대편 팔은 늘어지니까 이완해서 홀쭉하게 그리고... 뭐 이런 식으로 계속 중얼거리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자세 그리려고 혼자서 포즈를 몇 번 취해보기도 하면서 그렸습니다만, 느낌이 올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해서 아직은 알쏭달쏭하네요.
말이 길었는데, 두 번째 질문은 색에 관한 것입니다.
사슬이 떨어져 나간 수갑과 도끼 자루의 색을 같은 계열의 까만 파란색으로 밑색을 깔아놓으니까 멀리서 봤을 땐... 어디가 어딘지 잘 알 수가 없는 그런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수갑엔 수갑 느낌이 나게 까맣게 칠해 놓았기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전투 도끼 휘두르는' 걸 구현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주인공을 제외하면 도끼가 주 목적일텐데... 색을 구분한답시고 빨간색으로 칠하니까 녹슨 도끼 느낌이 들어서 쇠로 만든 도끼 느낌이 나게끔 강청색으로 칠해 놓았지만, 수갑도 검은색이 포함된 어두운 파란색 계열이라서 구분이 안 되는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난시가 심한 탓에 작은 그림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림을 키워놓고 그리는데... 그래서 그림이 그리다보면 점점 커지는 경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비겁한 변명처럼 들리네요... 그림 잘 그리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겠죠.) 아직은 몸에 배지 않아 힘들어도 그림 그리다가 중간중간 타블렛에서 손을 떼고 그림을 저장하고 멀리서 보곤 합니다.
그럼에도 도끼 자루와 수갑의 느낌이 참 어렵네요. 다 쇠로 만든 것이고 쇠의 느낌을 주기 위해서 세세한 것에 매달리다 보니까 이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부분을 질문드리려 합니다.
그리다 보면 몇 번씩 발가락이나 손가락이 육손이마냥 여섯 개가 되곤 합니다... 이럴 때는 중간중간에 그림을 지켜보면서 발견하고는 고치고 하는데... 안 그러면 지난 번처럼 다 그렸는데... 많이 어색한 부분이 툭툭 튀어나와서 계속 습관을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시기에 아직은 엉성한 그림이지만, 글로 된 장면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많이 생각하면서 많은 자료를 찾아 보고 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다시 저번처럼 앉아 있는 천족의 그림을 가르쳐 주신대로 제대로 '앉은 모습'이 되게끔 만들어서 찾아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도약에서 질문을 올리는 공간에 글자수가 무제한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