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넉넉한 느낌으로 그리는 게 좋다고 하시기에, 강의 때 샘께서 보고 그리신 구를 캡쳐한 다음 최대한 크기를 키워서 그려보았습니다. 하지만 크기를 키우니 자잘한 픽셀들이 보이고 톤이 너무 약해 형태만 참고하고 전체적인 명암은 선생님의 그림을 보면서 따라 그렸습니다. 8절 스케치북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커다랗게 그렸는데, 너무 크게 키운 건 아닌지요.
강의를 보면서 그렸던 첫 번째 구는 '먹다버린 알사탕'처럼 돼버린지라 그렇게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곱게 곱게 명암을 넣으려고 무진장 애썼던 두 번째 구입니다.
자꾸만 형태가 찌그러져서 지우고 다시 그리다보니 잠자리사 떡지우개로도 잘 안 지워지는 부분이 생기더라구요. 하필 제일 밝은 부분에 떡.. 자디잔 선처럼 남아버렸네요.
형태 잡으면서 제일 고민했던 게 '최대한 빵빵하게'였습니다. 형태 잡는 내내 빵빵하게, 빵빵하게를 뇌었네요.
일단 제 눈에는 완성한 것 같습니다. 원기둥에서처럼 반사광도 신경을 썼고 밝은 면도 둥글게, 둥글게 지웠구요. 지난 튜터링에서 가르쳐주신 것처럼 구 주변 부위를 넙적한 면으로 최대한 많이 지워서 연필 때도 제거를 했습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전체적인 명암이네요. 선생님처럼 하얀 석고 구가 되지 않았어요. 명암 채워넣기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 탓인지요. '먹다 남은 알사탕'에서 '까만 투포환'처럼 나와 버렸네요. 그게 아쉽네요. 하지만 여기서 더 칠하다간 더 새까매질 것 같아서 다시 그려보는 게 나을 정돕니다. 떡진 건지, 가장 어두운 면 쪽에 손을 갖다대니까 표면이 반들거리네요. (삐질;)
아직까지는 어느 부분까지 채우고, 어떻게 하면 '완성'에 가까운지 잘 가늠할 수가 없네요. 선생님의 그림을 보고, 강의를 보고 따라 그리면서 최대한 '완성'에 가깝도록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빨리 진도를 나가고 싶다는 조급증이 마구 들지만, 그럴 때마다 더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욕심도 같이 세집니다. 하지만 손은 가장 정확해서 느리게, 느리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림에 얼만큼의 시간을 투자했느냐에 따라서 말입니다.
오늘의 질문은 요겁니다. 자연스럽게 톤을 올리려면, 구에서 하던 것처럼 각도를 틀고, 깍지 낀 연필의 끝을 잡고 살살 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한가요? 흑연과 손의 거리에 따라서도 선의 강약이 달라지겠지만, 밝은 면과 중간 면의 톤을 올릴 때는 멀리서 잡고 천천히, 꼼꼼하게 쌓는 게 더 자연스럽게 보이더라구요. 제가 힘 조절을 잘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지간히 어두운 면이 아니라면, 갑자기 툭 튀어나올 때가 있어서요.
물론 이게 기본 중의 기본일테니 연습 많이 해야겠지만요. 구체 그릴 때가 앞서 한 명암 단계를 가장 많이 떠올렸더랬습니다. 사각형 때도, 원기둥 때도 그랬지만, 구는 특히 더 많이 말입니다.
강의에서 '구에 실을 둘렀다고 생각하고 실이 만나는 칸마다 명암 단계를 이루는 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그림 앞에 그린 구에서는 이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약한 선으로 이 실을 그려서 명암을 채워넣었습니다. 그랬더니.. 미러볼이라고 하나요? 노래방이나 나이트 클럽 천장에 달려서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는 그 기계처럼 되어버려서 지우고 다시 그렸습니다. ㅎㅎ
구는 확실히 선생님의 말씀처럼 동글동글하니까 형태가 조금만 일그러져도 짜부라져 보여서 어려운 것 같습니다.
형태를 잡는 건 연습으로 해결되겠지요. 중간면을 관찰한 후, 어두운 면을 잡는 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바처럼, 조금만 위나 옆의 명암이 세거나 차이가 나면, 인위적으로 선을 그어 각 면의 명암을 구분해 놓은 것처럼 나와 구가 구처럼 보이질 않네요. 가로선도 마찬가지고, 세로선도 마찬가지고요. 톤 차이를 적게 해서 자연스럽게, 물 흐르는 듯한 톤 차이를 잡는데 애를 먹었고, 형태 잡는 것과 마찬가지로 명암 올리는 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스캐너에 스케치북을 올려놓은 때서야 알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왜 구를 그리기가 가장 어려운 도형이라고 하셨는지를요.
어려웠고 힘들었던만큼 괜찮게 나와서 올려봅니다. 애고.. 말이 기네요. ㅎㅎ
좋은 밤 보내세요.